전시 기간: 2021.04.01.~04.30.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어 각종 꽃이 피기 시작한 4월, 설미재미술관은 2021년 중견작가 기획초대전에 김일지 작가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일지 작가는 한글의 ‘ㅇ’을 주제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이는 오랜 해외 생활에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작가만의 소리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한글 ‘ㅇ’을 통해 세상과 환경에 동화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일지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모난 구석 없는 동그란 ‘ㅇ’이 수도 없이 반복되어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김일지 작가의 작품은 붓질을 통해 색을 켜켜이 쌓는 일반적인 회화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색-마스킹 플루이드 순서대로 겹겹이 색의 층을 쌓아 올린 뒤, 색이 마르면 마스킹 플루이드를 떼어냄으로써 색이 뜯겨나간 흔적이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남게 합니다. 그녀만의 독특한 기법인 색을 칠한 다음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그녀의 그림은 ‘흔적’의 완성이 됩니다.

김일지 작가의 <오, 영, 이응, 동그라미>展에 와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시면서 문화적 충돌과 정서적 이질감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세상과 환경에 동화되고자 하는 작가의 무한한 에너지를 느끼며 앞날을 살아갈 힘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